그와 다툰 뒤엔 난 시집을 꺼내 읽어
모자란 내 마음 채우려 늘 그래
그가 없어서 부족한 건데 그래
그와 다툰 뒤엔 난 물을 벌컥벌컥
허무한 내 안을 더 더 채우려
그가 가고서 속이 텅텅 비었네
그의 눈이 나를 바라볼 땐
이렇게 사랑스럽기만 한데
그 눈이 잠시 날 피해 갈 때
난 낯설고 불안하기만 해
난 더 더 메말라가네
그의 입이 나를 표현할 때
좋아서 못 믿을 때가 있는데
같은 입이 날 괴롭힐 때
아무것도 난 할 수 없네
난 또 또 멍 해져만 있네
그와 헤어진 뒤엔 금방 잠들어야 해
그에게 붙여 놓은 내 맘 기다리지 않게
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
내일이 올 수 있게
그 눈이 잠시 날 피해갈 때